개인적으로 이런 설정은 좋아합니다. 뜬금없이 내던져진 1억엔과 그걸 가지고 게임을 해야한다는 건, 그거야 그 자체로 공포죠. 지게 되면 그만큼을 고스란히 빚으로 떠맞게 되니까요. 좀 더 차분하게 그려지는, 총알들이 주인공의 바로 옆을 내달리는 그런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주인공들은 아무래도 총알에 맞지 않듯이, 아쉽게도 그런 긴장을 끝까지 밀고가는 작품은 아니었지만요.

이 작품에서 총알들이 주인공을 빗겨나가는 건 주인공 칸자키 나오의 바보스러움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아키야마의 도움을 받아 2차전에서 드롭아웃을 한 주인공 칸자키 나오는, 혼자서 3차전에 나가겠다는 아키야마를 구하기 위해서 별 생각없이 패자부활전에 참가하게 됩니다. 이번에도 그 바보스러움에 열심히 당하고, 거기에 등장하는 백마탄 왕자 아키야마. 차분히 다시 한 번 나오를 구해내죠. 이 구도 자체가 결국에 나오가 패배할 수 없다는 공식을 만들어내는 셈이죠. 긴장감이 떨어지는 원인이자, 이야기가 계속될 수 있는 이유.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 3권에선 후쿠나가 유지라는 악인 케릭터가 너무 쉽게 패배했다는 게 좀 아쉬었습니다. 아키야마는 착실하게 후쿠나가의 머리 위에서 놀고있죠. 이야기 자체는 꽤나 재미있습니다. 추리만화라고 한다면 이를테면 명탐정 코난과 같이 연작으로 단편 완결이 되는 게 아니라, 난이도가 에스컬레이트 되어간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나오가 이야기와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는 게 큰 변수이기는 합니다만 ㅡ 3권 마지막에 나오는 나오의 추측이 라이어게임 전체에 대한 하나의 복선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ㅡ , 아키야마를 농락할 정도의 상대도 나오고 하면 앞으로 더 재미있어질지도 모르겠네요.
Comments
2007-06-21 00:57
동명의 한국, 웹만화가 있다지.... 그게 단행본으로 나온줄 알았군.
어린 나이에 부모를 살해했지만, 다중인격으로 판정 되면서 무죄석방된 천재 '마가다 시키', 그녀는 부모의 연구소 지하의 방에 남아서 연구를 돕는다거나 하면서 혼자서 지내고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만, 연구소에 들른 사이카와와 그의 제자 니시노소노 앞에 나타난 그녀는 '시체'였다, 고 하는데서 시작되는 추리 만화.

이야기가 진행되는 데에 긴박감이 있고, 착실히 짜여있다는 점에서 추리만화로서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마가다 시키라는 주인공을 내세워두고는, 주인공은 죽었다'고 하는, 어디에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배치의 실수(?) 때문인지 사실은 '추리가 아닌 건가?'하는 기대로 봤기에 조금은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악의는 없습니다만 '결국엔 추리야?'라고 이야기하고 싶을 정도로, 개인적으로는 추리가 아니더라도 이 작품이 품고있는 다른 가능성들이 재미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네트워크, 이 작품은 추리가 펼쳐지는 전형적인 폐쇄공간에서 펼쳐지는 추리인데다 실제로 당장에 외부와의 연락이 쉽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그 전제에는 네트워크를 상정되어있는, 상황에 대한 기만이 있습니다. 버추얼 드라이브를 하고 있는 니시노소노 앞에 나타나는 마가다 시키, 죽은 사람이 거기에 존재할 수 있다는 기만, 그리고 이게 순전히 '거짓'으로 존재할 수 없는 세계는 살인 사건의 주체가 '존재해야만 하는 장소'를 부정하게 되니까요. 나아가서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되는 레드 매직이라는 연구소 전용 운영체제라거나, 트로이목마 또한 그렇습니다만, 그녀가 정말 죽었는지 살았는지를 그건 완전히 별개의 문제로 두더라도 마치 잔존사념인양 '그녀의 의지'만은 분명히 남아있고, 그것이 물리적인 형태로 구현되는 기묘한 현실을 구현하는 요소가 됩니다. 연구소의 해변을 걸으며 사이카와와 니시노사와가 당연하다는 듯이 전뇌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SF적인 현실과 맞닥들이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는 셈이죠. 결코 '유령'의 이야기가 아닌 훨씬 더 현실적인 이야기가 가진 매력이라고 할까요, 그런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만, 재미있게도 '추리'라는 건 그 가능성을 전부 부정해버립니다. 그 가능성을 인정하고 추리를 하게 되면, 그건 '추리'가 아니라 단순히 '반전'이 돼버리니까요. '진실은 하나'라고, '결국에 추리야?'라는 건 그런 의미입니다. 추리만화로서 잘 짜여진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제 자신 추리만화는 보되 추리 자체를 즐기는 쪽은 아니거든요.

그림에 대해서는 '모든 것이 그림에 의한다'라는 권말의 원작자 모리 히로시 씨의 코멘트에서도 얘기가 나옵니다만, 역시 아사다 토라오 씨의 그림이라는 게 참 멋집니다. 아사다 토라오 씨가 가진 시선의 매력은, 애니메이션과 영화의 차이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영화는 카메라가 돌아갈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면, 애니메이션은 감독이 그려내고 싶은, 공중이라거나 벽을 뛰어넘어서, 심지어는 존재하는 않는 공간조차도 다른 장면들과 마찬가지로 그려낼 수 있습니다. 아사다 토라오 씨의 작품은 마치 애니메이션처럼, 그리고 CG와 시선을 이용해 그런 방식이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극단적으로 이끌어냅니다. 종이 바닥(2D)에 그려지는 이야기와 그걸 입체적(3D)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인식에 대한 유희, 단지 그림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만화 표현으로서 이건 정말 흥미롭습니다. 그렇기에 이야기가 필요없이 복잡해지고 난해해지는 것도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만, 추리만화인 동시에 이 작품이 가진 싸이코틱한 분위기를 이끌어내는데는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아사다 토라오 씨가 그려서 싸이코틱하게 느껴지는 걸까요?, 원작은 아직 읽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요.
- 조금 현실에서 동떨어진 이상한 장소, 그리고 거기에 모여드는 조금 이상한 무리. 그리고 살인사건. 거기에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모여드는 조금 현실에서 동떨어진 탐정들. 일본 만화식(?) 추리 작품이 갖춰야할 요소는 다 갖추고 있고, 나아가서는 거기에 대한 나름의 반전마저 가지고 있기는 합니다만....... 솔직히 스토리 엉망진창이군요. 케릭터들간의 필연성도, 그리고 스토리의 필연성도 읽어내기가 힘듭니다. 정말로 그렇게 느껴지는 게 아니라, 이건 마치 만화가가 이야기를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이야기를 읽어주고 있다는 인상. 원작 소설도 있는 것 같고, 그 맥락을 알고 있을 사람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 이것만을 떼놓고 봐서는 이야기 흐름 하나하나가 하나같이 난데없었습니다. 원작만화가 가지고 있는 하나의 특징인 '맥락의 부재'라는 걸 그대로 이어받음으로서, 맥락없는 추리만화라는 정의 자체를 배신하는 추리만화가 나와버린 걸지도 모르겠군요.

- JDC(일본 탐정클럽)의 인물 하나하나, 예술가라는 수수께끼의 존재에 의해서 펼쳐지는 거대한 사건, 그리고 형살(경찰의 반대?) 같은 것도 그렇고 소재가 그리 나쁜 건 아닙니다. 오히려 좋다고는 생각하는데 그 소재들을 하나로 뭉쳐보니까, 이건 마치 미인들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들만 모아서 합성 시켜둔 그런 느낌이랄까요, 소재 하나하나가 가진 매력이 철저히 죽어버렸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