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도 못 했기에 조금 기뻤던 사계상 포터블 6호! 2007년 봄 수상작들입니다.

동일본 인민이여! by 야마구치 진바치

사계대상 수상작. 이번 작품은 소재가 재미있군요. 동서로 분열된 일본, 그 안에서 동일본의 학생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전공투라거나 장군님 만세를 외치는 걸로 봐서는 아마 동일본은 독재 공산주의 국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까칠한 헌병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걸 제외하면 학생들의 생활은 의외로 평범하게 보입니다. 학원제도 하고있고, 게다가 메이드 카페! 공산주의에서도 모에는 살아남아있다는 건가..... 그런 배경에서 영화연구부 부원들의 조금 나른해보이는 일상과, 서일본에서 왔다고 하는 스파이 (양호)교사가 얽혀가는 이야기입니다.

그 교사를 좋아하는 타니오카와 어른이 되라는 충고. 그리고 또 다른 동지에게 어른이 되라는 충고를 듣는 교사, 그런 조금은 끈적한 이야기입니다. 소재가 독특한데 비해서, 소재 자체는 조금 소외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스파이라고 해도 뭔가 첩보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단 이런 건 재미있습니다. 동일본이 공산주의 국가라면, 그리고 실제로 나중에 동일본이 민주화된다는 표현이 나오는 걸 봐서는 서일본은 민주주의 겸 자본주의 국가라고 생각해볼 수 있는데, 간첩이 나온다는 거죠. 한국의 경우라면 북한에서 남한에 온 간첩은 생각해도, 남한에서 북한으로 간 간첩은........ 아, 북파공작원이 있었던가. 실미도도 그런 것 같고. 그래도 지금에 와서는 약간 상상하기 힘든 풍경이니까요. 어쨌거나 그러니까 그 안에서조차 비극적 분위기라기보다는 교사-학생 역할을 한다거나 하는 게 참 일본 만화적인 상상력인 거 겠죠. 작자 분, 자기 이야기라고 하고 있고 (...)

갇혀있는 클론 by 오타 모아레

사계상 수상작. 늘어나는 흉악범죄와 사형 폐지, 거기에서 생겨난 클론 인간을 수감하는 법률이 제정된 미래의 감옥을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렇게 해서 실제로 감옥에 갖혀있는 건 범죄자가 아니라, 범죄자와 유전자가 같은 사람들에 불과한 셈이 되는 거죠. 죄의식을 갖기 위한 교육을 받고, 형량이 채워질 때까지 죽으면 또 새로운 클론이 감옥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 어느날 갑자기 모르는 남자가 '너는 오다 노부나가랑 꼭닮았네요. 지금까지 그가 죽인 사람들에게 사죄를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거지. 물론 나는 아니라고 하겠지. 말도 안 되는 누명이라고, 그런데 그 녀석은 주먹을 휘두르며 말하는 거야. '그래도 당신이 노부나가랑 꼭닮았으니 별 수 없는 거예요.(73p)

뭐, 그런 얘기입니다. 이런 거 생각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만, 아마 인간으로서 최악의 인물로 여겨지는 사람은 다름아닌 히틀러겠죠. 유전기술로 히틀러와 유전자가 같은 사람이 다시 태어난다면, 물론 그는 히틀러가 아닙니다만 사람들은 그를 어떻게 대할까요? 그리고 이거 좀 더 넓게 바라본다면 지금 일본의 국제문제랑 똑같죠. 특히 한국에서도 위안부 문제랑 얽혀있고. 너희는 태평양 전쟁의 후손들이니까 모두 나쁜 놈이고, 그러니까 사과해라. 근데 저는 저 인용을 태도를 더 지지합니다. 민족주의는 질이 나쁘거든요. 물론 솔직히 지금 대세가 민족주의라고도 생각할 수 없습니다만, 또 재미있는 건 지금도 골든벨에서 일본에 관한 이야기하고 있네요. 어쨌거나 일본 사람이니까 곧 나쁜 놈이라는 태도는 그렇게 쉽게 성립할 수가 없으니까요. 왜냐면 거기에 있는 실재로 일본에 사는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잘못한 건 없는데, 반론의 가능성도 허락되지 않으니, 그거 그냥 무조건적인 명제니까요. 저는 피해자는 피해를 당한 사람이지, 그것을 근거로 옳을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의식적으로 그런 건지는 물론 저도 잘 모릅니다만, 어쨌거나 이야기 자체는 재미있었습니다.

노란색 집 by 니츠타 아키라

우에야마 토치 특별상 수상작. 화가 아버지를 둔 쌍둥이의 집안사입니다. 건조한 화풍과 능력없는 아버지와 딸의 갈등. 담담한 가족 이야기로 나름대로 인상적이었습니다.
고양이를 소재로한, 'no cat, no life'를 모토로한 엔솔로지집입니다.

네코로쿠 선생 집필록 by 모로호시 다이지로

편집자가 고른 '푸~네코' 베스트 20을 들고나온 키타미치 마사유키 씨 작품도 너무너무 재미있었습니다만, 가장 재미있었던 작품은 모로호시 다이지로 작품을 고를 수밖에 없군요. 정말 좋네요. 고양이 문학가 네코로쿠 선생의, '가축묘 냐푸'라거나... '가축묘 냐푸'라거나... '가축묘 냐푸'1라거나....... 아뇨아뇨, 그게 중요한 건 결코 아닙니다만, 네타라고 하건 패러디라고 하건 이런 이야기를 내던질 수 있는 건 가히 일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푸~네코 by 키타미치 마사유키

에프터눈에서 연재중인 4컷만화 '푸~네코' 중에서, 편집자들이 꼽은 베스트 20을 들고나왔더군요. 압도적입니다. 안 그래도 센스 오브 센스라고 할 만한 작품인 푸~네코에서 베스트이니, 재미야 두말하면 잔소리. 개인적으로 좋았던 건 15위에 랭크된 모녀의 재회 편이었습니다 ㅠ_ㅠ. 그 외에 푸~네코 외에 오리지널 단편도 하나 들어가 있군요.

장화 신은 고양이 by 하기오 모토

전기수리를 하는 고양이와, 그를 맞닥들인 부인의 예정에 없던 불륜. 묘하게 에로틱한 이야기인데, 그러면서도 또 자연스럽게 이끌어가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고양이와의 불륜.... 나쁘지 않네요.

말해선 안 돼 by 에비나 미츠루

10년이 넘은 고양이는 사람말을 한다는 속설 ㅡ 아마 ㅡ 으로부터 괴담형식으로 구성된 이야기. 괴담이랄까, 나레이션으로 공포감을 조성하는 단편인데, 봐서는 안 될 것을 봤지? 하는 듯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어습니다. 실제로 그런 이야기이기도 하고.

What's Michael by 코바야시 마코토

만화군요. 사실 개인적으로 만화다운 만화가 좋은가 하면 상당히 애매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면 그 기준점이 되는 게 GON 같은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다름 아닌, 그 자체로서의 과장이죠. 그런 의미에서 단연 압도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이 계열이 크게 땡기지 않는 건, 말하자면 그거거든요. 몸으로 웃기는, 마빡이 스타일이죠. 근데 개그로 치자면 저는 꽁트를 훨씬 더 좋아합니다. 그렇긴 한데, 어쨌거나 의외로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그 외

소재성이 강함에도, 역시 작가 분들이 하나같이 개성 넘친다는 게 참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으로 재미있었습니다. 그 외에 인상적이었던 작품들 몇 가지를 더 꼽아보면, 충사로 유명하신 우루시바라 유키 같은 분도 참여하셨고, 죠지 아사쿠라 씨의 고양이 찾아 삼만리 풍의 고양이는 안 나오는 고양이 만화도 좋았고, 개인적으로는 보노보노 님을 떠올리게 하는 케릭터가 나오는 요코야마 키무치 씨의 작품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덧붙이자면, 아무래도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만화가들 자신의 자화상이 그려지곤 하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겠죠.
1 가축인 야푸라는 작품의 패러디죠
에프터눈 2007년 4월호 부록, 사계상 포터블 vol.5. 1년에 4번씩 나오니까, 드디어 2년차 돌입이군요. 거기에 맞춰서 표지 분위기도 약간 달라졌는데, 개인적으로는 사계상의 폰트가 별로 맘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 다른 호에 비해서는 전체적으로 힘이 빠진 듯도 한데,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다들 뛰어난 작품인 건 분명하니, 좋기는 좋군요.

아들은 아빠 by 아마노 아키히코

되먹지 못 한 아버지의 죽음, 주인공 토시로는 잘 됐다며 아버지의 묘에다가 오줌을 갈기는데, 다음날 깨어나보니 자신의 거시기에는 돌아가신 아빠가...

그런 이야기입니다. 뭐랄까 이런 비슷한 네타는 몇 번인가 본 것 같기도 한데, 거시기도 그렇고 아빠라는 것도 그렇고 이것도 저것도 다 틀리군요. 세계의 온갖 여자를 모아 할렘생활을 하자거나, 자기 딸내미이자 주인공의 동생과 같이 목욕을 하라는 거시기-아빠도 그렇고, 발기하면 힘이 솓는다며 나대는 것도 그렇고, 설정만큼이나 유쾌한 작품인데, 아마 그 유쾌함이 높이 평가받은 게 아닐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썩 재미있게 읽지는 못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확실히 재미있는 발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내용을 자연스럽게 묘사해나간다는 건 이야기의 완결성보다도 역시 발상에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면에서는 분명 주목할만 하죠.

6시의 남자 by 사다야스 아유미

개인적으로 이번 사계상 포터블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작품은 이 작품. 느끼한 그림체에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데서부터 사실 처음에는 무슨 얘긴지 잘 이해가 안 됐는데, 작가 분의 코멘트를 보고 그럭저럭 납득해버렸습니다.

반드시 6시에 일어나는 중년의 아저씨와 그의 아버지가 버릇처럼 말하던, 그리고 언제까지도 머물고 있던 '비리, 남자는 멋져야지'하는 한 마디. 작가 분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아버지가 죽는 나이에 나도 죽을 거라고 생각했어'라는 말을 들은 게 이 작품을 그린 계기가 되셨다고 하셨는데, 이건 절대로 만날 수 없는 데서 비롯되는 일종의 주술 혹은 자기암시 같은 거겠죠. 그런 관점에서 접근해보면,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오히려 저에겐 그런 암시가 없었기에 잘 이해하지 못 했던 걸지도 모르죠.

어느 날, 똥맨과 우리들. by 엔죠 지마사키

잘 모르겠습니다 (...). 카와구치 카이지 특별상에 뽑힐 법하다는 감각까지는 알겠는데, 무슨 얘긴지는 잘 모르겠군요. 언젠가 진지하게 다시 읽어봐야할 것 같기는 한데... 일단은 보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