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만화
Date:
2007-05-25 23:55
Comic Cue 이후 오랫동안 기다려온 감수성이 하나 있었는데, 그게 다름 아닌 카와카미 쥰코 씨의 작품입니다. 오랜 지연을 거쳐 이제와서야 그 감수성에 흠뻑 젖어볼 수 있었습니다. Cue에서는 8p 정도의 짧은 단편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정말 그대 그대로라는 게 참 묘한 인상이었습니다.
그 매력은 어디에 있다고 해야할까요. 제가 알기론 이 분의 활약 무대도 그렇고 작풍도 기본적으로는 레이디스라고 불리는 장르에 다름 아닙니다. 그런데 이야기 안에서 그려나가는 이야기는 성에 관한 주제보다는 좀 더 약하고 어른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좀 더 소년소녀의 이야기이고, 클럽 허리케인 ADVENTURE라는 작품의 주인공은 고작 13살밖에 안 되죠. 그 작품 얘기를 조금 더 해보면, 부모에게 돌아온다는 약속과 함께 '이상한 학교'로 떠맡겨지게된 쌍둥이를 다루고 있습니다. 말하지 않게된 누나 로즈와 마을로 돌아가고 싶어하고 남동생 앤드류. 이야기는 앤드류를 중심으로 흘러나갑니다. 아마 주목할 점은 다름 아닌 앤드류가 아직까지 어린애라는 점이겠죠. 이 곳을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마을로 돌아가고 싶어하며, 로즈가 말을 안 하는 걸 안타깝게 여기고 지켜주고 싶다고 하면서, 여전히 부모를 기다리고 있는 소년. 그리고 소년은 우연한 기회에 마을로 가는 버스를 타게 되고 자신이 버려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앤드류가 앞서 이야기했던 어린애라는 특성에서 벗어나는 것은, 곧 그가 어른이 되어간다는 거겠죠. 그런 의미에서는 성장물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 작품도 결코 그것을 소위 말하는 좋고 좋은 의미에서 끌고 가지는 않습니다.
특히 얽히고 섥혀있는 것처럼 보이던 실타래가 로즈가 입을 열면서 풀리게 되고, 이 이야기가 나아가는 결말은 뭐랄까요. 거기에 있는 건 사건도 감동도 비극도 아니고 그저 씁쓸하게 느껴지는, 방향성은 다르겠지만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라는 작품에서 마지막에 조제가 혼자서 전동 휠체어를 타고 가는 모습을 볼 때 느꼈던 그런 복받쳐오름과 같았습니다. 결말은 이야기의 전체 인상을 결정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라고 합니다만, 결말 아닌 결말을 짚어내는 것 저는 그런 작가들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그것은 결말이 아닌 게 아니라, 오히려 훌륭하게 완결되어있죠. 이 분도 하나, 그게 가능한 만화가라고 할 수 있겠죠.
이 쪽은 소위 레이디스 코믹이라고 불리는 영역, 아마도. 성인 만화는 아닙니다만, 좀 더 현실적인 차원에서(이게 현실인지는 떠나서) 그런 사안들을 훨신 거침없이 그려냅니다. 연애라는 걸 기반으로 키스야 정말 가볍게 나오는 듯 하고, 섹스, 일탈, 바람을 핀다거나 하는 표현. 거기에 도덕적 잣대를 대는 것도 없이, 그냥 바람을 폈다 이런 식으로 끝나버리는 단편의 연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