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사베 테츠 씨의 단편집. 기대는 했습니다만, 막상 표지를 보고 있어도 뿜어져나오는 건조한 분위기에 재미있을까 걱정도 했는데, 뚜껑을 열고보니 매우 만족스러운 작품집이었습니다.
섬 일가. 조난한 일본의 높으신 분이 어느 무인도에서 기묘한 가족과 대면하게 되는 이야기. 재미있게도 그 가족은 스스로 이주해와서 살고 있다고 말하죠. 이 대사가 정말 좋았죠. '특이한 가족분들이네요', '아라, 특이한 건 그 쪽이 아니고요?', '네?', '어째서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지지 않는 거죠?' (17p) 라고, 그리고 베드 인. 아니, 침대 같은 건 없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이 대사가 매력적으로 느껴졌었던 건 요새 왜 사람은 거짓말을 하는 건지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평생 거짓말을 한 번도 하지 않으면서 살아갈 수 없다거나 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거나 하니까요. 정말 그런가, 하면 역시 그렇지만도 않아서... 무인도의 일가도 그렇습니다만,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는 삶을 살고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난당한 그는 그 섬에서 처음 탁 트인 정경을 바라보게 된 게 아닐까 하는, 그게 그가 말한 커다랗다는 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에듀케이션 프롬 아터 스페이스. 미즈나를 사러 지구에 나온 오사카 방언을 쓰는 외계인과 집을 보던 요시오 소년의 이야기. 인간 왜 그리 열심히 살아야 하는 건가 하면, 부모 왈. 뒤쳐질까 걱정되잖아요. 라거나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이런 대답이 돌아오는 건 어떻게 생각하면 상식적인 걸지도 모르겠군요. 그런 상식적인 강요 속에서 아이는 자라나고, 하지만 역시 상식이 없다면 열심히 살아갈 이유도 없는 거겠죠. 외계인은 요시오에게 자신과 함께 그런 상식이 없는 세계로 떠나자고 말하죠. 그리고 부모가 돌아오고, '시끄러! 너희들이 처음부터 요시오의 입장에 서서 생각을 해봤다면, 이런 일이 되지는 않았을 거라고.'(37p) 그리고 요시오 군은 부모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나갑니다.......
게임 큐브를 가지러. 지구여, 바이바이~
위생하사관. 츠게 요시하루? 이 작품하고, 뒤에
호랑이의 문하고는 뭐랄까, 왠지 모를 츠게 요시하루 씨의 분위기가 듬뿍 느껴졌습니다. 특히 결말의 그 뭉글뭉글한 느낌이 말이죠. 사실 그 느낌이 도대체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츠게 요시하루 씨 작품은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요. 어쨌거나, 매일 반복되는 전쟁과 휴전. 전사자와 보충 되는 새로운 전우들. 그리고 그 안에서 주인공은 문득 이런 생각에 다다르게 됩니다. 군인이라는 건 소모품이 아닐까? 이야기 자체는 제가 엄청 좋아할법한 이야기죠.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이 사람들이 소모품일리가 없다. 소모품일리가 없는데..... 소모품이다. 그런 느낌의. 아, 아니군요. 소모품이어서는 안 되는데, 소모품이다 하는 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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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우주 민속학자, 엽기 과학자, 상경한 애니메이터 지망 소년 이야기를 다룬 작품 등등 전부 해서 9편 수록, 게재 간격이 큰 것도 아닌데, 비슷하면서도 약간씩 다른 분위기들이 풍기는 게 여러가지를 해보려고 하는 것도 같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처음에도 이야기했지만 건조한 건 분명 사실입니다. 작품 자체가 재미있다거나 개그라거나 한 것과는 또 다릅니다만, 띠지의 표현을 빌려보자면
탈력 리듬이라고 하는, 그건 그것대로 좋은 비유라는 생각도 드는군요. 개그라기보다는 풍자로서, 현실적이라기보다는 기상천외한, 건조한데 기상천외? 이것도 또 기묘한 조합입니다만, 그만큼 나름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작품들이었습니다.
뭐, 개인적으론 최악이었다고 생각하지만...